해리스, 경제정책 방어하며 ‘1.6 의회 폭동’, 낙태문제 등 집중 공격
트럼프, 팩트 아닌 주장 되풀이해 실점…폭동, 낙태엔 모호한 답변
마무리 연설서 해리스 “과거 회귀 안돼”, 트럼프 “그동안 뭐했나”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꼭 8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를 뒤흔들 분기점으로 평가되는TV토론에서 첫 맞대결을 벌였다.
양 후보는 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토론에서 해리스 후보의 요청으로 악수를 나눈 뒤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토론에 돌입했다.
ABC 방송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 이번 토론 결과에 대해 미국 언론과 평론가들은 해리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전통적인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 조차 토론 후 생방송에서 “트럼프에게 나쁜 밤이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집중 공격이 예상되는 경제문제와 관련된 ‘미국인의 삶이 4년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과 남북전쟁 이후 최악의 민주주의 위기를 넘겨줬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이를 극복해왔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해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중산층의 부담만 늘린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재임 기간 4년동안은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면서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 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경제 문제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공화당 측 패널들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지난 2020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당시 바이든 후보의 약점을 계속 공격해 평정심을 잃게 만들었던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에도 트럼프를 겨냥한 다양한 ‘잽’을 날렸다. 뉴욕타임스가 실시간으로 집계한 양 후보의 발언 내용에 따르면 해리스는 자신의 발언 시간 총 37분41초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17분25초를 트럼프에 대한 공격에 할애하는 ‘인파이팅’ 전략을 펼쳤다.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전체 발언시간 36분12초 가운데 12분52초 만을 공격에 할애한 것과 대조되는 통계다.
반면 트럼프는 전체 발언 시간 43분3초 가운데 12분54초만 해리스 공격에 사용하는 등 의외로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토론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시간 41분2초 가운데 18분4초를 바이든 공격에 사용했다. 주제별로는 해리스가 경제문제에 가장 많은 6분6초를 사용한 반면 트럼프는 이민과 국경 문제에 경제문제(4분13초)보다 많은 4분34초를 할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대선결과 불복과 1.6 의회폭동 유도, 낙태권에 대한 입장 등 민감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며 트럼프의 실수를 유도했다. 트럼프는 의회폭동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낙태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신생아가 출산한 이후에도 아기를 죽일 것”이라며 잘못된 주장을 내놓았다. 심지어 자신이 공격무기로 삼아야 할 이민 및 국경문제 토론 도중 “불법이민자들이 미국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뉴욕매거진의 저명한 정치 평론가인 데이비드 프리랜더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는 가장 토론하기 어려운 상대이지만 해리스는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번 토론의 이의없는 승자는 해리스”라고 밝혔다.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폭스뉴스의 수석 정치기자인 브릿 흄은 토론 평가 방송에서 “트럼프에게 나쁜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마무리 연설을 통해 “오늘 여러분은 미국을 위해 2개의 매우 다른 비전을 들었다”면서 “하나는 미래에 집중한 비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과거에 집착한 것이었다.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며 트럼프의 실정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앞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왜 지난 4년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받았다.
양 후보는 토론을 마친 뒤 시작 전과는 달리 악수나 인사를 나누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