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생활물가 지표의 하나로 활용되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휘발유 가격은 1갤런(약 3.78ℓ)당 3달러(약 4140원)에 근접하거나 그 이하로 떨어졌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주유소의 평균 일반 휘발유 가격은 3.16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1% 하락했다.
이는 과거 대선 때의 몇 주 전보다 훨씬 저렴하게 주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평균 2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수요가 급감했던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6월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년 뒤에는 5달러까지 치솟았고,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을 가속하는 데 일조했다.
미국인들은 현재 가처분소득(소비·저축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의 2%가량을 휘발유에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을 제외한 과거 모든 대선 직전보다 작은 비율이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백악관은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휘발윳값이 떨어진 것을 두고 국가 비축유를 판매하고, 특정 휘발유 제조 규정을 완화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에너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NYT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휘발유 가격 하락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면서 이러한 경제적 호재를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는 공약의 하나로 휘발유 가격을 1갤런당 2달러 미만으로 더 낮추겠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트럼프)는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이 그의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러면서 연료 가격에 대통령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대체로 시장 역학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는 가을에는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도 지난 1년 동안 15% 이상 하락했고, 석유 생산이 증가한 반면에 중국의 수요가 약화한 점도 휘발윳값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차량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가 많이 보급되면서 미국 내 휘발유 소비량도 2019년보다 약 4% 줄었다.
반대로 중동에서 분쟁이 격화돼 석유 생산이나 운송 경로에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는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