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간 첨예한 힘겨루기 와중에 치러져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된 이번 대선에서 대만 민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한 셈이다.
대만과 미국간 협력 관계가 더 공고해지면서 향후 대만해협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파고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467만1000표, 33.49%를 기록했다.
제2 야당인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369만표를 얻어 득표율은 26.46%였다.
대만에서 시민의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대만 국민은 1996년 직선제 도입 후 2000년부터 민진당과 국민당 정권을 8년 주기로 교체하며 심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민진당이 처음으로 이런 ‘공식’을 깼다.
라이 당선인은 타이베이의 선거 캠프에서 가진 당선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첫 대선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진당은 대선과 같이 실시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113석 중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이 당선인은 “국회에서 과반을 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능력있는 정부와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이라며 “저는 이 새로운 국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완전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라이 후보 득표율 40%는 직전 2020년 선거 때 차이잉원 현 총통이 57%(817만표)를 얻어 약 264만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허우 후보는 개표 94%가 진행 중이던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지지자들 앞에 나와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그는 “제가 여러분을 실망하게 해드렸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민진당 정부가 미국-중국-대만 관계를 잘 맺어 대만 국민 생활이 안정을 이루게 해달라”며 “지난 8년간 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소리를 충분히 들었을 것이다. 청렴하고 효율적인 국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3위 커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360만표 이상을 얻은 만큼, 접전 끝 패한 허우 후보로서는 지난해 11월 성사됐던 국민당과 민중당간 후보 단일화 합의가 이견으로 인해 끝내 불발된 것이 치명타가 됐다.
대만 전문가들은 2030의 표심이 이번 선거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됐는데 실제로 이들의 지지를 업은 커 후보가 애초 여론조사를 기초로 한 예상보다 높은 27%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만 20~29세 유권자는 285만명, 30~39세는 323만명이다.
2030 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업은 커 후보가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40년 가까이 이어진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강 구도에 균열이 생겼고, 향후 대만 정치권에서 민중당의 입지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입법위원 선거에서 국민당과 민진당이 각각 51∼52석, 민중당이 8석, 무소속 2석을 가져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민중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커 후보는 개표 결과에 대해 “역시 이번 선거에서도 국민당과 민진당의 벽이 높았다”면서도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는 세계에 대만에 국민당과 민진당만이 아니라 민중당도 있음을 알렸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