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식 “빨리빨리”…현대차 건설현장은 ‘악몽’ ①

초대형 메타플랜트와 6개 협력업체 공사, 착공 2년도 안돼 마무리

17개월간 심각한 안전사고만 20건 이상 발생…노동자 1명은 사망

현장 안전관리자 “안전수칙 무시…평생 경험한 공사 가운데 최악”

미국 조지아주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투자인 서배너 현대차 전기차 공장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 PBS의 조지아지사인 GPB는 최근 수개월간의 심층 취재를 통해 ‘악몽’으로 변한 현대차 공장 건설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본보는 GPB 보도와 자체 취재를 종합해 공사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편집자주

한국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브라이언카운티 엘러밸시에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HMGMA)를 건설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기차 공장과 함께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 등을 지으며 총 126억달러가 투자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규모의 해외기업 투자로도 기록됐다.

조지아주는 7개 계열사와 함께 8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한 현대차 측에 21억달러에 달하는 세금 유예 인센티브와 건설비 보조금 등 혜택을 제공했다. 미국 주간 고속도로인 I-16 남쪽 3000에이커(약 37만평) 부지에 자리잡은 공장 건설공사는 지난해 1월 시작됐으며 예상보다 훨씬 빨리 공정이 진행돼 이미 대부분의 공사를 마치고 공식 준공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3일 이 공장에서 시험 생산된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공사를 서두른 이유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원하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하루라도 빨리 받기 위해서다. IRA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량에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첫 전기차를 생산해 바이든 행정부의 2024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구매 인센티브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평생 경험한 건설 현장 중 최악”

하지만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면서 건설 현장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GPB에 따르면 공사가 시작된 2023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17개월간 현대차 건설 현장에서 응급구조팀이 대응한 중대한 부상 사고는 최소 20건이며 이중 13건은 공사를 본격적으로 서두르기 시작한 2024년 상반기에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사고 가운데 2명은 추락사고로, 2명은 장비에 머리를 맞아 부상을 입었고, 다른 4명은 차량 사고에 연루됐다. 많은 부상자들이 심각한 중상을 당해 현장에서 항공수단을 이용해 긴급 이송됐고 결국 노동자 1명은 사망했다.

GPB가 인터뷰한 전현직 현장 안전관리자 2명은 “현대차 건설 프로젝트 현장에서 목격한 작업장 안전 기준은 우리가 경력 내내 경험한 것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전직 관리자는 “여러 업체가 뒤섞여 작업하는 혼란스러운 구조 때문에 최상의 안전 절차를 준수하기가 불가능하다”면서 “공사에 참여한 수많은 회사들이 작업장 안전법률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건설 근로자들은 하도급 업체와 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고용된 상태이며 이는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법적 책임을 줄이기 위한 일반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GPB는 지적했다.

이 안전관리자는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안전 장비인 안전모나 적절한 신발을 착용하지 않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됐으며 안전 오리엔테이션은 몇 분 만에 끝났다”면서 “몰아치는 작업 속도가 두려움과 좌절감을 유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여기에 왜 왔을까 계속 자문했다. 혼란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 제대로 된 통계도 없어…안전사고 축소에만 급급

지난 5월 31일 건설현장에서 40세 한국 기술자가 15분 이상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왼쪽 허벅지에서 멈추지 않는 출혈이 발생하고 가슴과 한 손이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헬기를 통해 서배너 외상 전문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측은 사고 3일 후인 6월 3일 간단한 성명을 통해 “한 근로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사고 5일 후인 6월 5일에야 연방 직업안전관리청(OSHA)이 해당 사고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지만 현재까지 책임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GPB가 집계한 2023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현대차 건설현장의 심각한 부상 사고 건수는 20건이 넘지만 OSHA에 보고된 사고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중대한 사고나 부상을 즉시 OSHA에 보고해야 하며, OSHA는 보고를 받으면 곧바로 강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HMGMA는 GPB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우리와 계열사들은 현장 전반에 걸쳐 엄격한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HMGMA는 현장 전체의 근로자 부상 기록을 추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연방법에 따라 현장에 있는 7개의 현대 계열사 공장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각 공장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부상에 대한 보고는 OSHA에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 HMGMA 대변인 비앙카 존슨은 “HMGMA는 각 공장이 필요한 보고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GPB는 “7개 계열사에 모두 연락해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한 곳은 HMGMA뿐”이라고 전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현대차 서배너 메타플랜트 공장 입구/America K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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