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상 최대 투자에 당국 감독도 ‘허술’ ③

안전사고 조사 지연, 누락 빈번…단 2건만 벌금 처분

보고 안해도 묵인…공사 현장 종합 안전검사도 안해

바이든 정부 업적인 대형 프로젝트에 부담 느낀 듯

미국 조지아주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투자인 서배너 현대차 전기차 공장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 PBS의 조지아지사인 GPB는 최근 수개월간의 심층 취재를 통해 ‘악몽’으로 변한 현대차 공장 건설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본보는 GPB 보도와 자체 취재를 종합해 공사 현장의 문제점을 공개한다. /편집자주

조지아주 현대차 메타플랜트(HMGMA) 건설 현장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한 13건의 심각한 부상 사고가 발생했지만 정작 감독 당국인 연방 직업안전청(OSHA)의 현장감독과 조사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영방송 GPB에 따르면 HMGMA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20건 이상의 심각한 부상 사고 가운데 OSHA가 이 현장에서 조사한 사고 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 부상 사고 가운데 최소 4건은 OSHA에 보고된 기록이 없는데 근로자 다리가 지게차에 깔리거나 얼굴이 금속 파이프에 맞는 등 중대한 사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OSHA 규정에 따르면 사망이나 절단, 실명, 입원치료 등을 요하는 심각한 부상이 발생하면 모든 고용주는 곧바로 OSHA에 보고해야 한다. 사망 사고의 경우 8시간 이내에, 다른 중증 부상의 경우 사건 발생 24시간 이내에 보고하는 것이 의무다.

OSHA가 조사한 12건 가운데 연방 안전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한 경우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스턴건설 등 2건 뿐이며 나머지 업체들에는 어떠한 처벌도 내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한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얼굴 정면으로 바닥에 추락한 사고와 관련, 해당 업체는 보고를 하지 않았지만 OSHA에 외부 제보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됐다. OSHA는 5개월 동안 조사를 벌이다 결국 해당 업체가 안전관리나 보고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물류공장 건설현장에서 지난 5월 31일 발생한 컨베이터 벨트 끼임 사고는 아직까지도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GPB는 이에 대해 “OSHA의 관료주의와 데이터베이스 오류가 가뜩이나 복잡한 현대차 건설현장의 작업 환경과 맞물려 조사 누락과 지연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OSHA는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와 관련한 하도급 업체인 일선 시스템과 발주 업체인 현대 글로비스 EV 로지스틱스의 주소를 잘못 기재하고 있어 조사가 실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이들 업체의 주소는 GPB가 취재를 위해 문의한 이후인 지난 9월 3일에야 제대로 수정됐다. 이 사고로 부상을 입은 40세 한국인 노동자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응급치료를 받았고, 회사 측의 조력도 없어 병원 측은 진짜 이름 대신 임의의 알파벳을 조합한 가명으로 불려야 했다.

반면 지난 3월 21일 30피트(약 9미터) 높이의 고소 작업대(boom lift)에서 노동자가 추락하자 해당 업체는 자체 조사를 실시해 OSHA에 결과를 제출했고, OSHA는 사고 한달 만에 “업체의 대응이 만족스럽다”며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기도 했다.

연방 안전감독 당국의 이같은 들쭉날죽하고 느슨한 일처리는 조지아주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에 대한 부담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OSHA는 안전사고가 반복될 경우 해당 작업에 대한 일시 중단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조지아주를 넘어 바이든 행정부의 공적이 되는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OSHA는 개별 사고에 대해서만 조사를 실시했을 뿐 현대차 메타플랜트 및 계열사 7곳의 공사 현장에 대해서는 한번도 종합적인 안전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GPB는 “현대차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현대차와 계열사, 하청업체들도 사고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OSHA의 현대차 현장 담당인 서배너 오피스도 공사 현장의 안전 기준 준수상태와 하도급업체 관리 실태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연 대표기자

현대차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