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65호

5개월만에 주인 찾은 명예 서울시민증

35세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미국 인권운동의 상징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첫째인 딸 욜란다, 아들 마틴 루터 킹 3세와 덱스터,  그리고 막내딸 버니스가 그들입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유품처리와 킹센터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킹목사의 유명한 ‘I have a dream’ 연설문 원고 초안이 13만달러에 팔리는 등 유품의 가치가 엄청난데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킹센터의 운영권이 걸려있어 자녀간 ‘권력다툼’이 어느 왕가 못지 않게 치열하게 진행됐습니다.

최초 구도는 킹센터를 연방정부에 팔려고 했던 욜란다-덱스터와 이에 반대하는 마틴-버니스가 대항하는 구도였는데 결국 욜란다와 덱스터가 승리합니다. 지난 2007년 큰 딸 욜란다가 지병인 심장병으로 사망한 뒤 남은 3명은 극적으로 화해를 선언했지만, 1년만인 2008년 마틴과 버니스는 “덱스터가 킹센터의 공금을 유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법정 밖에서 화해를 했고 2010년에는 마틴이, 2012년에는 버니스가 킹센터 CEO에 취임하면서 권력구도가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2014년 두 아들인 마틴과 덱스터가 연합해 버니스와 대결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두 아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 때 사용했던 킹 목사의 성경과 노벨평화상을 한 개인 수집가에게 팔기로 밀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노벨상과 성경은 킹센터에 소장돼 있었기 때문에 두 아들은 이들 물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까지 중재자로 참여한 2년간의 법정다툼끝에 법원은 두 아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두 아들은 해당 물품을 팔아 돈을 벌었겠지만 이 사건으로 막내인 버니스는 앤드류 영을 비롯한 흑인지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현재까지 킹센터 CEO로 재임하며 킹 목사의 후계자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목사이기도 한 버니스 킹은 지난 3월초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교회에서 설교도 하고 기도원과 비무장지대도 방문했지만 정작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기로 한 시상식장에는 건강문제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민증은 결국 애틀랜타총영사관으로 넘어왔고 지난 10일 총영사관이 메인 파트너로 참가한 킹센터 주최 인터내셔널 엑스포 현장에서 버니스 킹에게 전달됐습니다. 5개월간 서울과 애틀랜타를 헤맨 명예시민증의 사연도 킹 목사 가족 이야기 못지않게 재미있어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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