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슈빌 폭행사건] ③ “밤마다 가해자의 악몽에 시달려요”

신씨, 중형선고 예상…E2 신분, 추방 가능성

구씨 “재판부가 미국에서 처벌하겠다 약속”

정신적 피해 치유 위한 상담 전문가 태부족

 

이번 감금 폭행 사건과 관련, 가해자 신배호씨에 대해 가중납치와 폭행, 성폭행, 강간 등 9개 혐의의 기소가 이뤄진 후 1년여의 재판이 진행된 결과 지난달 말 일단 6개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유죄 평결에 따라 오는 4월 2일 신씨가 복역해야 할 형량을 선고하게 된다. 구원영씨는 유죄가 결정된 6개 혐의에 대해 담당 검사 및 변호사들의 조언을 받아 신씨의 예상 형량을 직접 계산했다. 구씨가 엑셀 파일로 정리한 신씨의 형량은 최소 32.5년에서 최대 135.5년이다.

이와 관련, 내슈빌 지역 언론은 최대 54~85년 등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신씨가 ‘장기간’ 교도소 복역을 해야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구씨는 “다행히 담당 판사가 재판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아 범행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검사측도 가능한 중형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신씨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E-2(투자용 비이민비자)를 소지한 한국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4월 내려지는 선고는 테네시주의 형사법에 따라 내려진 처벌이어서 상위법인 연방 이민법에 따라 외국 국적의 범죄자를 추방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씨가 한국으로 추방될 경우 다시는 미국 입국이 불가능하지만 일단 미국 법정에서 내려진 선고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구씨는 “기소한 검찰은 물론 담당 판사도 신씨를 한국에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여러차례 표명했었다”면서 “신씨가 꼭 응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J씨는 신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권리도 갖게 된다. 형사 소송에서 무죄를 받은 피의자에 대해서도 민사 소송을 허락하고 있는 미국 법률로 볼 때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신씨를 대상으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확률이 매우 높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에 따르면 신씨의 자산은 250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이에 대해 “물질적인 보상을 받는다 해도 폭행 피해자의 정신과 영혼에 남은 상처는 치유받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구씨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 직전에도 타주에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 J씨와 장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 J씨는 구씨에게 “요즘 매일 밤 신씨가 등장하는 악몽을 꿔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전했다.

구씨는 기자에게 애플 맥북 노트북 컴퓨터 사진 몇장을 보여줬다. 합금 재질로 만들어진 컴퓨터는 가운데가 함몰되고 전체적으로 심하게 구부러진 기괴한 모양을 띠고 있었다. 구씨는 “바로 J씨가 필요한 데이터가 있다며 고쳐달라고 부탁한 노트북”이라며 “단단한 컴퓨터가 이 모양이 되도록 폭행을 당했다고 하더라”며 눈물을 훔쳤다.

한인사회에 J씨 같은 가정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과 조언을 제공하는 카운슬링 전문가들이 부족한 것도 구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구씨는 “불안해하는 J씨와 하루 몇 시간씩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와 조언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전문가를 소개해주고 싶지만 사실 마땅한 한인 카운슬러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씨도 폭행 피해를 당한 이후 같은 경험을 했다. 구씨는 “이전에는 한인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도 무섭고, 집에도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구씨는 이번 재판에 참여하면서 폭력 피해여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 구씨는 최근 J씨와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위한 셸터를 만드는 일을 논의하기도 했다. 구씨는 “최근 한 한인신문이 피해자의 아픔은 전혀 다루지 않고 U-비자와 셋업범죄에만 초점을 맞춘 것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폭력 피해 여성을 오히려 죄인처럼 여기는 잘못된 인식과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끝>

Breaking Newsfeatu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