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슈빌 폭행사건] ② “상습 폭력에 정신까지 멍들었습니다”

구원영씨 “내가 신고했더라면 J씨 피해는 없었을 것” 죄책감

“언뜻 이해못할 J씨 행동만으로 문제있는 사람 판단 말아야”

 

“…너도 그렇겠지만, 엄살처럼 들리겠지만, 나 아프다, 이게 죽는거구나 하는 고비를 몇번 넘겼다. 숨이 쉬어지지 않지만 숨쉬고 있을 때 마지막 편지한다. 사랑한다. 행복해. Take Care, Bobby”

이 이메일은 지난 2013년 4월20일 신배호씨가 구원영씨(가명)에게 마지막으로 보내온 것이다. 구씨는 이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씨는 “답장을 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다시 휘말리게 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런 답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 이 이메일은 왜 보내진 것일까?. 구씨는 “음악작업을 이유로 끈질기게 내슈빌로 초청해 결국은 사귀게 되었지만 몇 번인가를 폭행당하고 애틀랜타로 돌아와 있었다”면서 “신씨가 마지막으로 음악작업을 꼭 도와달라고 해서 꼭 돈을 지불할 것과 몸에 손을 대지 말 것을 약속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씨에 따르면 이 마지막 작업동안 신씨는 약속대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주기로 한 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구씨는 “돈을 주겠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목욕탕으로 끌고가서 때리고 목을 졸랐다. 보통 때 같으면 반항했겠지만 이 날은 그냥 죽이라고 했더니 오히려 팔에 힘을 풀고 놓아줬다”고 회상했다. 구씨는 이 틈을 이용해 죽을 힘을 다해 뛰쳐나와 탈출에 성공했다.

애틀랜타에 돌아온 구씨에게 신씨는 위의 이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구씨는 “평소에는 친절하고 유머도 있는 사람인데다 말을 워낙 잘해 계속 듣다 보면 빠져 들게 된다”면서 “이메일에 대해 만약 내가 무슨 말이라도 답변하는 순간 다시 덫에 걸려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구원영씨가 보관하고 있는 이메일.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찾아가던 구씨에게 2018년 12월 전해진 또다른 피해자 J씨의 뉴스는 영혼 속 심연에 묻어놓았던 악몽을 되새기게 하는 또다른 폭력이었다. 구씨는 “처음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죄책감이 자리잡고 있었다”면서 “그 때 내가 신고를 했더라면 J씨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결국은 증언을 포함해 J씨를 적극적으로 돕게 됐다”고 밝혔다.

구씨는 J씨를 자신의 집의 보호하는 한편 애틀랜타의 한 한인 변호사를 통해 법률적인 지원을 했다. 하지만 J씨는 주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신씨의 집으로 돌아가 또다른 폭행을 당하는 악순환을 자초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신씨는 죄가 없다는 자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바람에 판사로부터 사흘간 정신질환 수용소 수감명령을 받기도 했다.

구씨는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이런 행동을 보고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오해하겠지만 나는 같은 폭력 피해자로서 J씨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구씨는 “신씨는 워낙 치밀하고 지배적인 사람이어서 J씨 같은 성격은 이같은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됐듯 J씨가 자술서를 쓰게 된 것은 신씨가 구치소에서 전화를 통해 “개구리, 토끼, 사이다, 라일락, 바지, 막걸리” 등의 암호를 불러줬기 때문이다. 구씨는 J씨가 전달한 이 암호노트를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구씨는 “신씨가 불러준 그대로 자술서가 작성됐다는 것이 이 노트를 보면 바로 증명된다”면서 “J씨에게 왜 이렇게 시키는 대로 자술서를 썼냐고 물었더니 이것만 (신씨가) 하라는 대로 한뒤 죽으려고 했다고 하더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씨는 “나와 J씨처럼 상습적인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정신까지 병드는 폭력의 참상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주변에 이러한 피해자가 있다면 꼭 용기내서 신고를 하라고 알리는 것이 내가 애틀랜타 K와의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중 하나”라고 말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