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판결 앞둔 대법원에 바리케이드 설치

판결 임박에 긴장고조…바이든 “행정명령 검토 중”

낙태약 구매·다른 주 시술 등 거론…폭려시위 우려

미국 대법원 앞 낙태 찬반 시위
대법원 앞 낙태 찬반 시위[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연방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한 지난 1973년 내려진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조만간 뒤집는 판결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사회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보호막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주 단위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23일 전했다.

연방 대법원은 통상 10월에 업무를 시작해서 다음 해 6월 말이나 7월 초까지 회기를 진행한 뒤 휴정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로 대 웨이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늦어도 2주 이내에는 나올 것이라고 CNN방송 등이 이날 전망했다.

만약 대법원이 낙태권을 합법화한 기존 판례를 뒤엎을 경우 낙태권 존폐 결정은 주 정부 및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전체 50개 주 중 절반가량이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을 계속 보장하기 위한 행정명령 등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ABC 방송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 “내가 내릴 수 있는 행정 명령이 몇 개 있을 것 같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우편을 통해 낙태약을 구매하는 것을 더 용이하게 만든다든가,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는 것을 불법화하는 주법에 문제를 제기한다든가 하는 내용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CNN방송이 소식통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행정명령 외에 연방 의회에서 낙태를 합법화를 하는 방안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 의석 구도 등을 고려할 때 통과 가능성은 없는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에 더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민주당 소속 주(州) 법무부 장관들과 회동하는 등 대응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주 법무부 장관들은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경우 주 단위에서 낙태권 보장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상태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에는 종교 지도자 등과 만나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 우리는 단일 대오로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대해 바이든 연방 정부가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초안이 유출됐을 때 낸 성명에서 “만약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면,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여성의 권리를 지켜야만 하고 유권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를 옹호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11월 중간선거 심판론을 제기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렸다.

나아가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낙태’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 입문 초기에는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반대하다 낙태권 옹호로 돌아선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에도 공개 발언에서 ‘낙태’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펜스가 설치된 미국 연방 대법원
펜스가 설치된 연방 대법원[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대법원 판결이 임박하면서 폭력 시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초안 유출시 대법원 앞에서 낙태 찬반 시위대가 대거 몰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지면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달 대법원 주변에 8피트(2.43m) 펜스를 설치했으며 대법원 앞 거리에는 바리케이드도 놓여 있다.

최근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한 남성이 체포된 가운데 미국 의회는 연방 대법관과 가족에 대해 신변 보호를 제공하는 법안도 처리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낙태 시술 병원이나 낙태 반대 단체 등에 대한 공격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뉴욕주의 한 낙태 반대 단체 사무실은 지난 5일 낙태권 옹호 단체인 ‘제인의 복수’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낙태 시술 병원도 대법원 초안 유출 이후에 살해 협박 등이 증가하면서 경계를 강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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