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홍기씨가 한인회장이 아닌 이유

“훔친 돈 갚았으니 회장 자격있고 탄핵대상도 아니다?”

광복절에 해괴한 성명발표…유공자 단체 “금도 넘었다”

불법적 절차로 당선된뒤 이제서야 “회칙 지키자” 주장

공금유용과 재정비리로 애틀랜타한인회를 파탄에 빠뜨린 이홍기씨가 제79주년 8.15 광복절에 거친 속어와 궤변으로 가득찬 성명서를 발표해 또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홍기씨는 15일 애틀랜타한인회 명의로 각 언론사에 보낸 ‘애틀랜타한인회 불법 임시총회 및 음해세력에 강력 대응선언’이라는 문건을 발송했다.

이 문건은 “주중광 한인회 명예회장의 기부금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한 전 건물관리위원들이 주축이 된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불법 임시총회를 진행한다”면서 ‘무책임한 음해와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사유화하려는 음해세력들의 수준미달 중상모략에 엄중이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 온갖 불법 저질러 당선…이제와 “회칙상 절차 지켜라”강변

이홍기씨는 이 문건에서 ‘절차적 문제’라는 부분을 통해 한인회칙을 거론하며 “회장이 아닌 그 누구도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홍기씨는 지난해 9월 선거 과정에서 한인회 공금 5만달러를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뒤 이 돈으로 회장 입후보 요건인 공탁금을 납부해 회칙 상으로는 회장 자격이 없는 ‘자연인’일 뿐이다.

또한 이씨는 “한인회비를 납부한 정회원들만 회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는 한인회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회비도 납부하지 않은 한인들의 추천장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씨가 해당 추천인들의 한인회비를 본인이 마련해 한인회에 입금한 것은 후보등록 5개월 뒤인 지난 2월이었다.

이씨 추천인들의 한인회비 납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후보 자격을 부여하고 당선증까지 발부한 이재승 선관위원장도 이러한 불법적 절차의 공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재승 위원장은 본보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또한 한인회칙 52조를 들어 자신이 탄핵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회칙 52조 3항은 “한인회에 중대한 재정적 손실을 가져왔거나 명예를 심각하게 손상시킨 경우에 탄핵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씨가 한인회 공금 5만달러를 횡령한 뒤 한인회는 5개월간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지만 이씨는 단 한푼의 돈도 한인회에 내지 않았고 15만8000달러의 보험금 수령 은닉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부랴부랴 몰래 빼낸 5만달러와 추천인 한인회비 5000달러를 입금했다. 한인회에 심각한 재정적 손실과 함께 명예를 훼손시킨 전형적인 탄핵 대상이 되는 셈이다.

◇ 이홍기씨가 아직까지 버티는 이유는 ‘마피아의 법칙’?

이씨는 이 문건을 통해 자신을 음해한다는 한인회 전 건립위원회와 비대위 인사들의 도덕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자신의 우군이라고 생각하는 주중광 한인회 명예회장, 권명오 고문, 이상호 전 한인회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인회를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온갖 인신 공격과 폄훼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문건은 비대위 구성원들에 대해 ‘동네 양아치’나 ‘깡패’라고 표현하고 일부 비대위원들의 과거 전력을 문제삼는 등 더한 인신공격과 폄훼로 점철돼 있다. 특히 이홍기씨 본인도 주변 인사들에게 본보 기자와 다른 한인사회 인사들에게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육성이 공개돼 이러한 도덕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씨가 온갖 법적 문제와 도덕적 비난 속에서도 한인회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이씨에게 우호적이었던 인사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씨는 주변에 “9월 코리안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조금이라도 명예를 회복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코리안페스티벌의 성공이나 명예회복은 이미 ‘만시지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중광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홍기씨가) 물러나는 것이 맞지만 지난 2년 반동안 한인회를 위해 수고한 것이 많고 한인회가 갑자기 무너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9월 코리안페스티벌만 끝나면 물러나는 것이 순리일텐데 내가 강제할 수는 없는 문제이고 페스티벌 준비에도 이홍기 회장은 한발 물러나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한인회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른바 ‘마피아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인사도 있다. 한인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씨와 주변 인사들이 김백규 비대위원장과 시민의소리 측이 형사, 민사상 조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인회에 남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면서 “무작정 한인회를 떠나면 한인회라는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할까봐 서로 입단속을 하며 법적인 문제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유공자단체 “반쪽 광복절 만들고 해괴한 성명까지”

이씨가 광복절에 이같은 성명을 발표하자 한인 인사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미주독립유공자후손회 김기수 회장은 반박 성명서를 통해 “거룩한 광복절 준비에 혼신의 힘을 쏟아도 모자란 날에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자 대응선언문을 배포하는 일은 도를 넘어선 자살행위”라면서 “이홍기씨는 부디 자중자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임시총회를 준비하는 비대위도 17일 모임이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수수방관할 수 없어 모이는 것”이라며 “한인회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한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에 치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성명을 통해 “다른 단체장과 연대 협력하거나 공권력의 힘을 빌려 대응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은 “공금을 횡령하고도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단체장이나 공권력은 미국에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상연 대표기자

이홍기씨가 발표한 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