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 대신 폐암환자 완치한 키트루다, 한국서는?

OECD 75% 건강보험 적용…2차치료제로만 보험급여

다국적 제약사 MSD가 출시한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 모습. 이 면역항암제는 최근 벌어진 동물용 구충제 논란 이후 그 항암 효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뉴스1
미국에서 촉발한 동물용 구충제 논란으로 항암효능을 크게 주목받고 있는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는 다국적 제약사 MSD가 출시한 면역관문억제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신체 면역력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를 말한다.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5년생존율이 25% 수준에 불과한 폐암 치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약물로 평가받는다.

암세포는 항암제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위장전술을 갖고 있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PD-L1’ 단백질은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있는 PD-1 단백질과 결합해 항암제가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암치료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키트루다는 암세포의 위장막을 걷어내 인체의 면역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하도록 하는 작용기전을 가졌다.

키트루다는 환자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고 기존 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해 1세대 화학요법, 2세대 표적항암제이 이어 3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3세대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과 내성 문제가 적고 부작용 위험을 현저히 낮췄다.

키트루다는 우리나라에서 비소세포폐암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두경부암, 전형적 호지킨 림프종, 요로상피암 등 5개 암질환 치료에 처방되고 있다. 여기에 유방암과 신장세포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 방광암, 위선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을 적응증(치료효과가 기대되는 병)으로 추가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항암 효능에 힘입어 키트루다의 글로벌 임상은 600건 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7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단독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신약 출시 이후 2년8개월째 키트루다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약가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환자들이 고가의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약가협성이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작용 위험이 큰 기존 항암제를 투약한 뒤 병이 진행될 경우에만 2차 치료제로 보험급여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암이 악화된 뒤에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환자의 고통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찬밥신세다. 올해 9월 기준으로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에 적용한 OECD 회원국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 등 27개국(75%)에 육박한다. 반면 키트루다를 보험에 적용하지 않은 국가는 멕시코와 칠레, 라투아니아 등 8개국이고, 대부분 중진국들이다. 심지어 콜롬비아와 요르단, 바레인 등 OECD 비회원국 13개국도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인정하고 보험급여를 적용 중이다.

홍민희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표준치료제로 자리 잡은 면역항암제를 국내에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제로서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안이 시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트루다는 두 가지 이상의 치료법을 사용하는 병용요법에서도 그 효능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MSD는 지난 9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 학술대회에서 키트루다와 화학요법의 병용요법으로 폐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과 종양이 더 커지지 않은 무진행 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지표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백질 ‘PD-L1’이 발현되지 않은 진행성 비편평 및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4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건의 무작위 임상을 통합·분석한 결과다. 지난 20일(현시시간)에는 유럽 위원회(EC)가 키트루다를 두경부 부위 편평상피세포암(HNSCC)에 대한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다국적 제약사 MSD가 출시한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 모습. 이 면역항암제는 최근 벌어진 동물용 구충제 논란 이후 그 항암 효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