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스트룸서 국빈만찬…바이든 “가장 강력한 동맹 확인” 윤 “강철같은 동맹”
윤석열, 학창 시절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 노래…앤젤리나 졸리·박찬호 등도 참석
한미 정상 부부는 3시간 30분간의 만찬에서 200여 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한미동맹 70주년을 축하하며 굳건한 우의를 다졌다.
◇ 윤 “강철같은 동맹” 바이든 “가장 강력한 동맹 확인”
입구 양쪽으로는 미국 측 의장대가 도열했고 벽에는 대형 성조기와 태극기가 걸렸다.
한미 정상은 모두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맸다. 김 여사는 흰색 정장 재킷 아래 바닥까지 끌리는 드레스를 입고 흰 장갑을 착용했으며 바이든 여사는 연보라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국민이 용기와 노력을 통해 한국을 세상에서 가장 번영하고 존경받는 국가 중 하나로 변화시킨 방식은 우리가 함께할 때 우리 국민이 이룰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우린 우리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 후손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 부름에 응답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두 나라를 하나로 묶는 모든 것을 재확인하는 데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건배사로 “우리의 파트너십을 위해, 우리 국민을 위해, 가능성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라고 외친 뒤 “우리가 그것을 향후 170년 동안 함께 하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답사에서 “이 성대한 만찬장에 함께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동맹이라 평가받는 한미동맹의 든든한 주주이자 후원자”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가 번역한 ‘베어울프’의 한 구절인 ‘존경받는 행동이야말로 모든 사람 사이에서 힘을 얻는 길이다’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지난 70년간 한미 동맹을 지탱해온 분들의 존경 받는 희생과 행동이 모여, 우리 동맹은 미래를 향해 함께 행동하는 강력한 동맹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우정은 네 잎 클로버 같아서 찾기 어려우나 갖게 되면 행운이다”라는 아일랜드 속담을 언급하며 “오늘은 한미동맹이라는 네 잎 클로버가 지난 70년의 영광을 넘어 새 뿌리를 뻗어나가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평소 자신이 아일랜드계 혈통임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을 신경 쓴 답사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환영만찬 때도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구절을 인용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우리의 강철 같은 동맹을 위하여”라며 건배를 제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만찬을 마무리하면서 “한미동맹은 가장 강력한 동맹이며 한국은 가장 능력 있는 동맹국임을 오늘 만찬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에서 전했다.
◇ 질 바이든이 만찬 지휘…윤, ‘학창시절 애창곡’ 깜짝 노래
이날 만찬에는 내빈 200여명이 함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윤 대통령 방미에 동행한 재계 인사들뿐 아니라 아들이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와 야구선수 박찬호, 상이군인 출신 여성 정치인인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 스노보드 미국 올림픽 대표 선수인 클로이 김 등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 행정부 전·현직 인사, 의회·재계·학계 인사와 문화계 인사를 포함, 한미동맹의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인사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만찬 테이블에는 게살 케이크와 소갈비찜, 바나나 스플릿 등 양국 화합을 상징하는 요리들이 등장했다.
바이든 여사는 한국계 스타 셰프인 ‘에드워드 리’를 객원 요리사로 초청, 퓨전 메뉴를 선정하는 등 만찬의 세부 사항들을 직접 챙겼다.
바이든 여사는 식사 후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내빈들에게 직접 셰프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입구인 북현관 양쪽 입구와 테이블 등 곳곳에 제주 왕벚꽃 장식이 놓였으며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에는 무궁화 문양이 새겨졌다. 건물 내부에서는 ‘밀양아리랑’ 오케스트라 연주가 울려 퍼졌다.
만찬 이후에는 백악관 소속 해병대 밴드의 반주하에 미국의 유명 뮤지컬 가수인 놈 루이스, 레아 살롱가, 제시카 보스크 등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노래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앙코르곡으로 윤 대통령의 학창시절 애창곡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선곡했고,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등의 요청에 마이크를 잡았다.
만찬에 참석한 내빈들은 환호 속에서 호응했고, 약 1분에 걸친 윤 대통령의 ‘깜짝 공연’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기타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