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올리던 기업들, 이제 할인 행사 확대

12개월간 할인판매 제품 비중 28.6%로 3년 전 25.1%보다 높아져

코로나19 이후 값을 계속 올리던 미국 소비재 기업들이 이제 일부 통제권을 잃고 할인 행사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미국 대형 식품 기업 등이 이제 할인, 쿠폰 지급 등을 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제품을 배치하려고 비용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12개월간 할인 행사 등을 통해 판매된 제품의 비중이 28.6%로 3년 전의 25.1%보다 높아졌다.

리츠 크래커, 오레오 쿠키 등을 판매하는 몬델레즈의 루카 자라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업계 콘퍼런스에서 미국에서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며, 특히 저소득 소비자층 시장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라멜라 CFO는 자체브랜드(PB) 상품과의 경쟁에 맞서서 칩스 아호이 쿠키의 대형 포장 제품 가격을 4달러 이하로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지출은 미국 경제 성장세에 크게 기여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소비재 주식은 올해 8% 이상 오르는 등 미국 주가지수 신기록 경신에 일조했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소스닉은 “소비 지출이 미 경제 성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며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 구체적으로 관련 주식과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씀씀이 축소로 인한 파장은 소매업체에도 미쳤다.

약국 체인인 월그린스는 지난주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졌다고 경고하고, 이에 대응해서 고객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특정 고객 대상 마케팅과 가격 조정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월그린스는 올해 주가가 57% 떨어졌다.

나이키의 매슈 프렌드 CFO는 지난주 북미 지역 매출 감소 등을 발표하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가격 100달러 이하 신발을 출시할 계획이다.

닐슨IQ의 카먼 앨리슨 부사장은 업체들의 가격 인상 능력이 다소 고갈되면서 미국 매장에서 할인이나 광고 등의 행사에 포함된 품목 수가 작년보다 6.3%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지갑으로 투표한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면 브랜드나 매장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가격 하락은 보이지 않는다.

신발 유통업체 풋로커의 메리 딜런 CEO는 고객들이 정가에 물건을 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프록터앤드갬블(P&G)의 안드레 슐텐 CFO는 소비자들이 생리대나 기저귀 등의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유명 브랜드에서 값이 싼 PB 제품으로 바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이 낮은 제품을 샀다가 기저귀가 새는 등의 경우에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식품들 [연합뉴스 자료사진]